운명의 갈림길에 선 삼성.."이재용, 사법리스크 벗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항소심 선고가 3일 내려진다. 재계는 이날 선고가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 여부를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무죄 판결을 받거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삼성은 그간 발이 묶였던 '뉴삼성'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형이 선고될 경우 삼성은 물론 한국 경제에도 큰 충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된 자본시장법 위반과 배임, 둘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에 대한 의혹이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의 23.2%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로, 합병 후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의 안정적인 지배권을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 승계를 위한 목적에서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했으며, 이 과정에서 회계 부정과 부정 거래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합병은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이사회에서 결의됐고,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 1주에 삼성물산 3주로 설정됐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는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고, 투자자들은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또한, 이 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기준을 변경해 4조5000억원 상당의 자산을 과다 계상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 두 사건은 병합돼 재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1심에서 구형한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다시 한 번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 6개월과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또한,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들이 권한을 남용하고, 정보 비대칭 상황을 악용해 경제 정의와 자본시장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삼성 측은 이번 합병이 경영상의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삼성은 합병 비율이 자본시장법에 맞춰 정해졌으며, 삼성물산이 당시 3조원 이상의 부실을 안고 있었던 상황에서 합병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도 결심 공판에서 "합병 추진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두 회사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다"며,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투자자를 속일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할 것"이라며, 법원에 기회를 주기를 부탁했다.
법조계는 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의 선고에 큰 주목을 하고 있다. 재계는 검찰의 구형량이 1심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증거나 법리적 근거가 추가되지 않았다고 보고, 이를 통해 검찰이 유죄를 입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으며, 합병이 단순히 이 회장의 승계를 위한 목적이 아니었고,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되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의 항소심 결과는 삼성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반도체, AI 등 미래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기업 구조 개편 등 '뉴삼성'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회장이 경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만약 이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삼성은 다시 경영에 제동이 걸리고, 상고심까지 고려하면 향후 2~3년 동안 경영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회장의 부재로 조직 내 리더십 공백이 생기면, 삼성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도 큰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현재 반도체 부문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지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중 갈등과 고환율, 고물가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삼성은 내외부에서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는 이 회장이 '뉴삼성' 전략을 통해 삼성의 쇄신과 도약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반도체, AI 등 전략적 분야에 대한 투자와 대형 인수합병(M&A)을 주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이 이번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게 되면, 삼성은 경영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고, '뉴삼성' 경영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유죄 판결이 나오면, 이 회장의 경영 활동은 다시 제동이 걸리게 되며, 삼성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고 결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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